을지로 다동에 1989년에 오픈한 중국집이 있다. 중국집이라기보단 '중식당'이 더 어울릴법한 비주얼. 무려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초류향이다. 다동 골목에 있어서 찾기 어려울 법 하지만 지도를 따라가면 금방 찾아갈 수 있다. 198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3대째 이어진 가게인데다가 을지로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종로-을지로-무교동-시청으로 이어지는 온동네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초류향을 한 번 방문해봤다.
초류향서울 중구 다동길 24-10월~금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토요일 12:00~21:00 / 일요일 정기휴무단체석, 포장, 예약, 무선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초류향은 다동에 위치하고 있고, 시청역과 을지로 입구역 사이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은 다들 식사를 마쳤을 8시반 정도 무렵이었는데도 사람이 꽉꽉 들어차있어서 놀라웠다. 자리에 앉았더니 바로 세팅을 해주셨는데 2층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 조금 시끄럽다는 인상을 좀 받았었다. 그만큼 모임과 회식으로 제격이라는 이야기. 가격대가 그만큼 좋기도 하다.
메뉴판을 보니 점심 런치가 무척이나 괜찮은듯 했다. 우리는 하루종일 즐길 수 있다는 올데이 세트메뉴인 3인 밥도둑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마파두부 + 파리머리볶음 + 마늘새우 + 동파육 or 취닭날개 + 공깃밥으로 구성되어있는 메뉴. 정가보다 약 4천원이 저렴한데 공깃밥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완전 가성비 굿.
주문하자마자 메뉴가 금방 나왔다. 술 한 잔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메뉴 구성이라 주문했는데 이제보니 식사로 먹기에 딱 좋은 구성이다. 3인이서 요리 네 개를 2만원 초반대로 즐길 수 있으니 몹시도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동파육이나 마파두부를 따로 주문할만한 가격으로 네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나는 워낙에 두부요리를 좋아해서 중식집 가면 마파두부를 꼭 시켜먹는 편인데 밥이랑 비벼먹기 너무 좋았다. 적당히 걸쭉한 마파두부에 몽글몽글한 두부, 송송 얹어있는 쪽파로 비주얼도 한 층 고급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함께 나온 동파육도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니 맛있었다. 잘 익혀져 나와 그런지 숟가락으로 휘휘 찢어지는 식감이 부드러워 아주 좋았다. 게다가 이름이 좀 생소했던 파리머리볶음은 대만 대표 가정식 메뉴인데 덮밥으로 먹을 수도 있고 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는 효자 음식이라고 한다. 대만을 출장으로만 가본지라 음식을 제대로 즐겨본 적 없는 나로써는 신기할 따름.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다르게 고소하고 오독한 것이 밥과 함께 곁들여 먹기에 아주 좋았다.
그리고 가장 맛있었던 건 마늘새우. 마늘 후레이크가 넉넉하게 뒤덮인 채 안에 살포시 숨어있는 새우는 살도 통통하니 바삭하게 잘 익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갈릭맛 후레이크는 한국인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술안주로 곁들이다 배가 고파 숟가락으로 후레이크만 찔끔찔끔 먹었는데도 간간한 맛이라 곁들이기 딱 좋았다.
44년 전통으로 3대째 이어져오는 맛집이지만 몇 년 전 리모델링으로 더욱 깔끔해진 모양새였다. 4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층당 평수가 그리 넓진 않아 나름 아기자기한 모습도 연출 가능하다. 모임과 회식으로 아주 제격인 식당이었고 가격대비 맛이 좋아 가성비가 좋다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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