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와 광화문엔 오래된 노포 맛집들이 많다. 나는 종로에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종로 맛집들을 여럿 알고 있지만 또 의외로 걸어서 10분, 15분 거리의 광화문 맛집엔 영 젬병이다. 하여 이렇게 종로의 고인물로 남을 순 없다는 의지 하에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 맛집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오랜 친구가 광화문에서 오래 근무해서 제법 광화문 생태계에 빠삭한데 그 친구에게 맛집을 물어물어 몇 개 알아뒀다.
마침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어 이번 메뉴는 광화문 뚝감으로 정했다. 삼겹살도 팔고 감자탕도 판매하는 특이한 곳. 이런 곳이 맛집이라고? 좀 의아했지만 거기 들어가기도 어렵고 웨이팅도 제법 길다는 말에 칼퇴근하고 후다닥 뛰어 방문했다.
세상에.. 그 좁은 가게에 남아있는 테이블이 단 하나였다. 심지어 노포인지라 가게 모양도 희한하다. 가게 꼬리(?) 부분에 테이블이 하나 있었고 딱 3인을 위한 자리였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거 참 신기한 구조일세. 이런 가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도 신기하고 나 빼고 이런 맛집을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감자탕을 주문한다.
*영업시간*
매일 09:30~02:00
브레이크타임 14:30~17:00
점심이고 저녁이고 상관없이 줄서서 먹는 광화문 대표맛집이라고 했다
감자탕 소 28,000 중 38,000 대 46,000
김치삼겹살 1인분 16,000
김치목살 1인분 16,000
모둠고기(김치삼겹살+목살) 360g 32,000
김치찌개전골 28,000
뚝감(뚝배기감자탕) 10,000
우리는 감자탕 중 사이즈와 라면사리, 볶음밥을 주문했다. 김치삼겹살과 목살도 상당히 맛있어보이는 비주얼이었는데 둘 다 먹기엔 테이블이 너무 좁았고 가스버너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건 이 더위에 미친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적당히 감자탕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밑반찬으로는 김치, 깍두기, 마늘쫑, 고추가 나오고 감자탕 찍어먹는데 필수인 간장 겨자소스도 함께 나온다. 깍두기가 참 맛있었던 느낌.
이모님이 시크하게 당면과 수제비사리를 놓고 가신다. 감자탕을 주문하면 수제비와 당면사리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추가 사리는 당면, 수제비, 감자에 한해 2,500원 라면사리는 1,500원 볶음밥은 3,000원 뼈사리는 15,000원이다.
상-당히 푸짐한 비주얼의 감자탕이 등장한다. 중짜리는 3인이 먹기에 딱 적당한데 수북히 쌓인 감자뼈 위로 꺳잎과 들꺠, 부추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점심 식사메뉴인 뚝감도 상당히 맛있을듯.
푹 끓여서 고기를 건져먹었는데 살코기가 든든하니 아주 많았다. 뚝감이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고기가 튼실해서 한 점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게다가 끓고나면 함께 넣어줘야하는 당면사리와 수제비사리. 먹던 맛, 아는 맛인데도 또 먹으니 또 맛있는 이유는 뭘까나.
감자탕의 마무리는 당연히 볶음밥이다. 맛있는 감자탕 국물에 슥슥 비빈 볶음밥이 맛 없을 리가 없다. 들깨가루 넉넉히 들어가 고소-한 맛이 나는 감자탕 볶음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누굴 데려가도 맛있어 할 기본이 맛있는 감자탕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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