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야말로 종로 구석구석 맛집을 탐방하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 화신포차가 있던 시절에도(물론 지금은 화신 맛의 거리로, 포차가 조금 더 깔끔한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그렇고, 근방 구석구석 피맛골 맛집(물론 화재로 인해 많이 사라졌지만) 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문경올드도 그런 뉘앙스의 맛집이다. 백상 건물 지하에 있어 아는 사람만 가던 돈가스집은 이제 점심엔 줄서지 않고서는 먹지 못하는 '맛집'으로 변화했다. 워낙에 돈가스는 일식, 한식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이기에 당연히 문경올드도 맛있게 느껴졌다. 몇 번 갔냐고 묻는다면 열 손가락 다 합쳐도 세지 못할 정도.
문경올드
서울 종로구 인사동7길 12 (백상 건물 지하)
영업시간 : 월-금 11:00~15:00 / 토-일 정기휴무
02-737-8287
문경은 저쪽 밑에 있는 지역이라 혹시나 그쪽에서 시작된 체인점인가 싶어 검색했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카페 '올드'가 있고 거기에서도 돈가스를 판매하는 걸로 봐선 연계된 가게인듯 하다. 주말엔 당연히 영업하지 않고, 평일에도 딱 11시 부터 3시까지만 영업한다. 점심에만 먹을 수 있는 돈가스라니. 정말 레어하기 그지 없다.
내부가 넓진 않지만 테이블이 좁은 간격으로 붙어있는 모양새라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당연히 예약은 불가하지만 워크인으로 가도 대기할 수 있을 법한 시간이니 이왕이면 점심시간을 조금 비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근방 직장인들은 점부 비슷-한 점심시간을 지녔으므로.). 문경올드라는 이름처럼 상당히 올드한 분위기다. 물론 건물 자체가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는 걸수도 있다.
돈가스집, 이라기보단 '경양식'집에 가까운 분위기.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종이와 정갈하게 간격 맞춰 놓인 포크와 나이프도 한 몫 한다. 돈가스 전에 식전 스프만 나왔다면 더욱 완벽했을듯 한데 아쉽게도 스프는 나오지 않는다. 메뉴는 돈가스 딱 하나.
테이블은 2인석도, 4인석도 있고 오픈 키친을 옆에 둔 자리에 기다란 테이블도 있어 여럿이도 착석 가능하다. 들어가는 인원수에 맞춰서 두개요~ 네개요~ 하면 돈가스가 착착 주문 들어가는 시스템. 오픈형 키친이라 의외로 위생도 깔끔해보이고 일하는 직원분들이 모두 손이 빠른 편이다. 대기가 있어도 생각보다 회전율이 빠른 것도 모두 그런 이유인듯 하다.
돈가스 구성은 생각보다 푸짐하다. 가격은 12,000원이었던 것 같다.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돈가스 1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새삼 물가상승을 이렇게 느낀다. 야채가 수북하게 담겨있어서 좋았고 톡 놓인 주먹밥도 모양이 아기자기하니 귀엽다. 소스는 당연히 수제 소스라 바삭한 돈가스 위에 반 잠기게 부어주신다.
수제돈가스라 그런지 눅눅함이나 고기누린내 같은 건 하나도 나지 않고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옛날 경양식 돈가스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야채는 더 달라고 말씀드리면 더 주시는듯 했다. 돈가스집에서 돈가스보다 양배추를 더 많이 먹는 나는 너무 행복할 따름. 수제 소스는 달지 않고 돈가스에 딱 적당하니 잘 붙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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