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랑 대전을 다녀왔다. 대전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적어도 성인이 된 이후로 내 기억생태계에 대전이라는 도시는 성심당이 있는 곳, 한화이글스파크가 있는 곳, 이 정도의 이미지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을 여행지로 정한 이유는 1.서울이 지겨워서. 2.서울이랑 가까워서 였다. 서울이 지겨우면서도 서울과 가까운 곳을 여행지로 정하는 놀라운 모순.
몇 년 사이 우리 사이에는 조카도 생겼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대전은 고속열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 “노잼도시” 라는 오명을 꼭 벗겨주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그런 생각을 갖냐마는 우리는 워낙에 어릴때부터 신기한 여행지를 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남들 자주 가는 강원도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피하고 싶었다.
겨울에 추운 도시로 여행을 자주 갔던 탓에 놀랍지도 않지만, 때마침 푸근했던 서울에 비해 대전 들어가는 초입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날씨마저 이 여행을 벌써 유잼으로 만들어주는군. 혹한기여행, 술여행 이런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모두 눈 오는 걸 반기는 눈치였다.
당연히 우리만의 특별한 여행답게, 평범한 호텔에서 잘 순 없고. 열심히도 우리에게 맞는 숙소를 한참이나 찾아보았다. 호텔은 당연히 편하기야 하겠지만 늦게까지 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패스. 파티룸이나 모텔도 뭔가 우리 스타일은 아니야. 그래서 레지던스를 깔끔하게 골라보았다. 후기는 많지 않았지만 검색하면 여기저기 뜨기도 하고, 제법 깔끔해 보여 고르게 됐다.
대전 유성온천역 바로 근처에 있다. 근처에 족욕 체험장이 있다. 그 길을 지나 가면 제법 번화한 거리가 나오는데 온갖 술집은 다 모여있어서 저녁엔 거기서 먹고 마시면 된다. 개인적으로 족욕체험장이 진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여기 노잼도시 맞아? 생각을 절로 하게 된듯. 걷다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양말이랑 신발 벗고 족욕탕에 발을 담그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추운 날이었는데 김이 막 펄펄 올라오더라고.
우리는 에어비앤비 통해 예약했었는데 네이버 예약으로도 가능하다. 거주형 레지던스 느낌인데 방이 제법 많았다. 스타일에 맞는 방으로 선택해서 예약하면 될듯. 단 둘이 묵기에 알맞은 숙소도 있고, 가족단위에 적합한 숙소도 있고. 우리는 방 크기나 침대 사이즈는 크게 상관 없었지만 거실에 우리가 먹고 마실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으면 했다.
소파와 사이드테이블 대신 큰 식탁이 있는 방은 별하넷과 일광넷.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별하넷이다.
마음에 들었냐고? 말해뭐해. 여기서 살면 정말 좋겠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숙소였다. 거실에 4인을 위한 널찍한 테이블이 있다는 게 아주아주 큰 포인트.
방도 세 개 마련되어 있었는데 더블베드 두 개와 1인용 침대 하나가 있었다. 애 보느라 밤낮없이 바쁜 막내를 위해 1인실을 선뜻 넘겨주고, 우리 셋이서 방 2개에 나눠자기로 했다.
화장실도 두 개나 있는 최고의 숙소. 여자 넷이 사용 하는 숙소라면 적어도 화장실 두 개 쯤은 되어야지. 깔끔히 청소된 화장실이라 좋았고 일회용 칫솔과 어메니티도 마련되어 있어 좋았다. 클렌징폼이나 치약 정도만 챙겨가면 되고 나머지는 숙소에 마련된 걸 사용하면 된다.
세탁기와 건조기, 전자레인지, 밥솥, 냉장고, 정수기 모두 마련된 풀옵션 숙소라 장기 숙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뭐 먹을 곳도 엄청 많아서 도대체가 왜 대전이 노잼도시인지 의문이 들 정도. 비록 1박이었지만 행복했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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