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국내 여행으로 1박 2일 포항을 다녀왔다. 사실상 말이 1박 2일이지 실제 머무른 시간은 약 24시간에 불과했으므로 자는 시간 빼면 당일치기 여행에 가까웠다. 오후반차로 출발한 포항이지만 가는데 시간이 제법 걸려 도착했을 땐 어둑한 저녁이 되었다. 그러나 포항 영일대의 저녁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아주 좋았다. 간만에 타는 KTX도 설레는 마음 가득했으므로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라고 쓰고 꿀잠 자버렸다.. 라고 읽는다.)
영일대에서 묵었던 호텔 포스팅도 조만간 작성할 예정이지만, 포항에서 제일 좋다는 라한호텔에 묵었다. 포항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느라 탔던 택시에서 기사님 역시 라한호텔이 포항에서 제일이라고 하셨고. 가는 길에 이것저것 먹을 것을 추천해주셨는데 우리가 염두해두었던 '조개구이' 이야기를 듣고는 상당히 반대하셨다. 포항에서 조개구이 먹는 건 절대 안된다며. 차라리 다른 먹거리를 먹으라고 하셨는데 내 고집이 기사님을 이겨버렸지. 이미 조개구이 먹으려고 생각해뒀기 때문에 조개구이 무조건 먹어야한다.
포항에서 먹을 것좀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특히 "조개구이"로. 친구가 영일대에 있는 한계령조개구이를 추천해줬다. 영일대에 <한계령>이라는 단어 들어간 조개구이집이 많으므로 잘 주의해서 찾아봐야한다. 우리는 도로와 가까운 입구쪽 한계령이 아니고 조금 더 들어온 한계령에 앉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좀 넉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금요일 저녁이었는데도 퇴근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그런지 아직 사람이 많이 없었다. 제일 명당 장소인 테라스에 바로 착석 완료. 조금 인도와 가깝지않나 싶은데 바다소리가 잘 들려서 기분 좋았다. 시간 조금 지나니 테라스 석은 금방 만석.
*메뉴*
가리비구이 소 45,000 중 55,000 대 65,000
가리비+키조개 소 50,000 중 60,000 대 70,000
왕새우구이 소 20,000 대 35,000
해물칼국수 7,000
사리 (라면, 우동, 칼국수) 2,000
우리는 가리비 키조개 소 세트를 시켰다. 요게 제일 많이 나가는 듯 하다. 솔-직히 말하면 양이 넉넉하지는 않은 편. 그러나 둘이 정취 느낀다 생각하고 지불하는 값이라면 그럭저럭 위안이 되기는 한다.
가리비를 불판위에 올려놓으니 그림이 산다. 영일대 조개구이들이 좀 특이한 점은 미리 조개 육수가 들어간 사리병 하나씩을 주시는데 조개가 구워질 때마다 요 육수를 몇 방울씩 떨어트려 주는 거다. 이게 아주 참 야무지고 똑똑한 굽기 방법인듯. 조개구이를 불 위에 올려놓고 이것저것 이야길 하다보면 순식간에 조개겁질에 늘어붙기 마련인데 육수를 떨어뜨려주니 보글보글 탱탱하게 익는다.
게다가 함께 나온 조개탕도 아주 굿.. 국물이 얼큰 시원한게 드럼통 감성에 딱 어울리는 맛이다. 은은하게 위안이 되는 맛이다. 여기에 오통통한 국수사리 하나 말아먹으면 정말 맛있었을듯.
키조개는 직원분을 호출하면 이렇게 멋드러지게 요리해주신다. 역시 조개구이의 가장 포인트는 키조개 볶음(?)이지. 키조개를 박박 잘라놓은 다음 양념 듬뿍에 치즈까지 올려 굽던 키조개를 은박지에 옮겨담아 다시 한 번 익혀준다. 굽던 가리비도 먹다 질리면 한두개 넣어 먹어주면 더욱 맛있다.
그으리고 사실 양이 조금 모자라 주문해본 칼국수. 양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깜짝 놀랐다. 밤 되니 살짝 쌀쌀한 날씨였는데 뜨끈하게 나온 칼국수가 아주 따끈하게 몸을 덥혀줬다. 칼국수가 아주 맛있었던 점이 포인트.
포항 영일대 정취를 느끼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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